[시론] K의료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입력 2015-11-15 18:06  

"한국의료 성가 높이는 SKSH
의료 해외진출·환자유치법 제정
헬스케어 블루오션 기회 살려야"

성명훈 < UAE 셰이크칼리파병원장 >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칼리파왕립병원(SKSH)을 위탁경영한 지 1년이 지났다. SKSH는 지금까지 누적 외래환자 9000여명, 입원환자 800여명을 치료하며 UAE를 대표하는 3차 병원으로 성장했다.

의료진의 수준과 공헌활동 등이 현지 언론에 지속 소개되고, 분기별로 시행하는 대통령실의 업무수행평가에서도 연이어 최고점을 받는 등 의료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고난도 수술의 성공을 지켜본 현지인 직원과 정부 관계자가 가족과 지인에게 SKSH를 추천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의료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SKSH의 설립목적은 상대적으로 의료수준이 낙후된 UAE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UAE 정부는 중증 난도가 높은 치료는 독일 등 의료선진국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국가 예산으로 개인의 의료비와 체재비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SKSH의 설립으로 해외에서 치료받던 환자들이 자국에서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KSH로 옮겨오는 환자의 15% 이상이 해외로 보냈어야 하는 경우여서 정부의 의료비 부담 경감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치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지역 의료산업 시장은 지속적으로 팽창할 것이고, 이는 한국 의료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의료는 공장에서 만든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은 의료인 몇 명의 해외 진출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무형의 고난도 상품인 인술(仁術)에 더해 대한민국 브랜드 즉, 한국인의 정신, 문화, 예술, 역사, 관습을 알리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글로벌화는 한국의 총체적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의료의 해외 진출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 먼저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와 지역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도 있어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가칭)의료 해외진출과 외국인 환자 유치(국내 방문진료)를 위한 법률’ 제정이 필수적이다. 법 제정을 통해 세제·금융 지원, 현지 전문가 지원·육성 및 협약·협상 등에 대한 가시적, 명시적,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의료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면 SKSH에는 국내 병원에서 일하다가 사직하고 합류한 한국인 의료진이 있다. 서울대병원 인력은 SKSH 파견 기간이 끝나면 서울대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이들은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 고용의 연속성이 불안정하면 국내의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또 하나 걸림돌은 의료인 및 의료기사의 면허에 대한 문제다. 국가 간 다른 학제, 병원 시스템의 차이로 한 명의 의료기사가 진출 국가에서 면허를 받는 데 1년이 걸리기?한다. 이런 문제는 정부 차원의 일괄 해결이 필요하다.

한국 의료서비스의 세계화는 시작 단계다.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블루오션’이지만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잘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의료기관, 의료업 종사자가 ‘3인 4각 보조’를 맞춰야 한다.

UAE에는 15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진출해 있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경제 활동이 역동적인, 작지만 강한 나라다. 현재 SKSH에는 30개국, 8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필리핀, 요르단, 인도인의 비중이 높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언어역량을 키우고, 진취적인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성명훈 < UAE 셰이크칼리파병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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